DC, 빈민가 이미지 벗고 맨해튼 꿈꾼다

젊은층 유입 확대, 경제 꾸준히 상승
사우스웨스트 지역 등 재개발 한창
고급화 따른 ‘젠트리피케이션’ 과제로

워싱턴 DC 사우스웨스트 워터프론트 재개발 사업으로 1차 완성된 워프지구.
 1970~80년대 워싱턴DC를 기억하는 이들은 지금 이 도시의 모습을 상전벽해(桑田碧海)로 인식한다. ‘워싱턴 시내 대부분을 차지하는 빈민가의 흑인들이 대낮까지 약과 술에 취한 상태로 돌아다니고, 며칠에 한 번꼴로 한인 운영 업소들이 강도의 침입을 받던’ 워싱턴의 모습은, 적어도 2017년 10월 현재는 극소수 지역에만 해당하는 이야기일 뿐이다.

지금의 워싱턴은 미 동부의 실리콘밸리로 젊은 IT전문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도시 중 하나이며, 부동산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혁신과 발전의 도시다. 보스턴을 제치고 뉴욕을 쫓아가는 동부의 황금도시 중 하나로 발돋움한 워싱턴은, 주춤했던 경제를 회복해 그 어느 국가도 쫓아올 수 없는 최고의 지위를 다시금 회복한 미국이라는 국가의 수도로서의 면모를 일신했다.

전체 인구 68만명의 워싱턴 시정부가 공개한 10월 경제지표를 살펴보면 고용, 세수, 부동산 등 모든 부문이 상승세를 보였다. 실업룔은 6.4%로 지난달과 같았고, GDP와 개인소득은 지난해와 비교해 2.2%, 2.9% 증가했다. 일자리도 1만5000개(1.9%) 늘었다. 워싱턴에 실제로 거주하는 노동자도 37만1000여명으로 1년 전보다 4.7% 증가했다.

경제력 증가는 세수확대로 이어졌다. 2017년 회계연도 동안 거둬들인 부동산세는 24억7749만달러로 전년도보다 5.5% 늘었다. 판매세와 소득세도 14억3038만달러, 19억1659만달러로 각각 10.0%, 2.2% 증가했다. 사업소득세 역시 56억6691만달러로 지난해 동기간의 51억4994만달러에서 10.1%, 두자리수 증가세를 보였다.

뮤리엘 바우저 시장은 워싱턴 민간부문 총생산을 오는 2021년까지 20% 성장시켜 1000억달러로 이끈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교통, 교육, 환경, 인구구조, 주거환경 등 5개 부문에 역점을 둬 개발하는 것이 필수라고 보고 관련 사업을 진행중이다.

취업전문 사이트 ‘글래스도어’(Glassdoor)가 발표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시애틀과 실리콘 밸리에 이어 워싱턴은 소프트웨어 개발자 수요가 많은 3대 도시다. 또 미국 최대 이사전문업체 ‘유나이티드 밴 라인스’(UVL)가 발표한 ‘2016 미국 이주민 연구’(National Movers Study) 보고서는 워싱턴의 인구유입률이 전국 7위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변호사, 정치가, 행정가 및 IT전문가 등 전문직 비율이 점차 높아지는 워싱턴의 노동환경은 레스토랑 등 서비스 업종의 발전을 유도하고 있다.

워싱턴은 크게 노스웨스트, 사우스웨스트, 노스이스트, 사우스이스트 지역으로 4등분한다. 상류층이 몰려있는 노스웨스트 지역은 개발 포화상태로 첨단건물, 럭셔리 상업지구, 중대형 주상복합단지로의 세부적 재개발 프로젝트 열기가 뜨겁다. 또 경제성장과 인구유입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바탕으로 사우스 지역의 대대적인 개발이 함께 진행 중이다.

지난 10월 개장한 사우스웨스트 워터프론트 재개발 지역인 워프(wharf) 단지는 벌써부터 지역의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DC 수산시장부터 1마일 길이의 강변지역 재개발 공사인 워프 프로젝트의 1공기를 통해 총 개발면적 300만 평방피트, 24에이커 부지에 아파트, 콘도, 쇼핑센터, 항만시설, 요트클럽, 보드워크, 아트센터 등 시설이 건설됐다. 또 20여개의 유명 레스토랑이 입점을 확정했고, 이중 1차로 2018년 6월 8개의 레스토랑이 문을 열 계획이다. 150만 평방피트에 고급호텔, 상업지구, 주거시설 등을 건설하는 2공기 사업도 2021년 완공 예정이다.

DC유나이티드 아우디 필드 경기장의 건설이 한창 진행중인 사우스웨스트 남부 지역도 개발열기가 뜨겁다. 내셔널 파크 야구경기장의 서쪽과 재개발이 한창 진행중인 사우스웨스트 워터프론트의 남부에 위치한 버저드포인트는 황무지에서 신시가지로의 변화가 한창이다.

이 지역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에크리지 건설 아담 구치 개발담당 수석부사장은 “버저드포인트에 제대로 된 개발계획이 실천될 경우 새로운 명소로 발전할 가능성이 풍부하다”고 밝혔다. 에크리지사는 사우스프론트 개발계획, 와프 재개발 사업 등을 모델로 이 지역에 각종 개발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워싱턴의 개발과 함께 나타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은 해결해야 할 숙제다. 직역하면 ‘고급주택화’인 이 단어는 낙후된 도심 빈민가가 다양한 요인으로 개발되어 중산층이 몰림으로써 지가가 상승하면 원거주민들이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희망과는 무관하게 상대적으로 지가가 낮은 지역으로 축출되는 현상을 뜻한다.

워싱턴의 빈민층 흑인들은 재개발의 여파로 최근 하이얏츠빌 등 메릴랜드 프린스조지스카운티로 대거 몰리고 있다. 사우스이스트, 노스이스트의 재개발이 본격화 되면 저임금 세대들이 겪게 될 젠프리피케이션 현상은 보다 가속화할 전망이다.

실제로 센서스국 자료에 따르면 1990~2000년까지 워싱턴DC의 젠트리피케이션 지수는 4.9%에 불과했으나 2000년 이후에는 51.9%로 급증했다. 워싱턴을 세분화 했을 때 1990~2000년까지 5개 지역에서 발생한 현상이 2000년 이후에는 54개 지역으로 급증했다. 54개 지역은 워싱턴 북부 지역과 남서부 대부분을 차지한다. 워싱턴의 재개발이 확대되면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북동부, 남동부 전지역으로 확대될 것이다.

이런 가운데 새로운 재개발 지역으로 거론되는 아나코스티아 지역 주민 96%는 흑인이다. 실업률은 20%에 달하고 50%의 어린이가 극빈층 가정에서 자라나고 있다. 이 지역이 재개발 될 경우 갈 곳 없는 극빈층은 대부분 워싱턴을 떠나야 한다. 시정부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저가 임대아파트의 건설과 일자리 창출에 안간힘이지만, 워싱턴의 인구유입과 경제발전에 따른 요소를 감안할 때 젠트리피케이션의 확대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개발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을 빈민가의 이미지를 벗어나 뉴욕 맨해튼과 같은 초현대식 도시모델을 꿈꾸는 워싱턴이 치러야 할 열병이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워싱턴이 전계층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환경친화적 소도시이자,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아름다운 수도로 조용한 발전을 이뤄나가야 한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박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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