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를 섞어야 식구인가, 일본의 가족은 무너졌는데 …

‘만비키 가족’의 고레에다 감독
칸영화제 경쟁부문, 극찬 잇따라
“국수주의에 빠진 일본 안타까워”


칸영화제에 초청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14일(현지시간) 사진기자들 앞에 섰다. [AP=연합뉴스]

“처음 왔을 땐 30대였는데 어느새 50대가 됐네요. 올 때마다 여전히 설렙니다.”

제71회 칸영화제가 중반에 접어든 15일(현지시간) 현지 한 호텔에서 만난 고레에다 히로카즈(56) 감독의 말이다. 2001년 ‘디스턴스’로 칸을 처음 찾았던 차세대 감독은 어느덧 일본을 대표하는 거장이 됐다. 황금종려상 후보인 칸영화제 경쟁부문만 이번이 다섯 번째다.

신작 ‘만비키 가족’은 이날까지 공개된 경쟁부문 11편(전체 21편) 중 최고의 평가를 받고 있다. 영어 매체 스크린 데일리 별점에선 평균 3.2점(4점 만점)으로 프랑스의 장 뤽 고다르(3점), 중국의 지아장커(2.9점) 등을 제쳤다. 또 다른 매체 버라이어티는 “한층 성숙하고 마음을 훔치는 가족영화 복귀작”이라고 호평했다. 공식상영에선 8분여의 기립박수와 함께 눈물을 훔치는 관객도 많았다.

영화는 할머니(키키 키린 분)의 연금과 좀도둑질로 연명하던 가족이 추위에 떨고 있던 어린 소녀(사사키 미유 분)를 집에 데려오며 벌어지는 얘기다. 낡고 좁은 집에서 오순도순 꾸려가던 일상에 갑작스레 위기가 닥친다. 고레에다 감독은 5년 전 칸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작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에서 던진 질문을 다시 꺼냈다. 가족을 묶는 것은 혈연일까, 함께 보낸 시간일까. 여기에 공동체가 붕괴한 일본사회 현실을 덧댔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새 영화 ‘만비키 가족’. [칸영화제]


Q : 이야기에 착안한 계기는.

A : “몇 년 전 일본에선 죽은 부모의 연금을 계속 타려고 사망신고를 안 한 사기 사건이 큰 공분을 샀다. 훨씬 심각한 범죄도 많은데 사람들이 왜 이런 경범죄에 그토록 분노했는지 고민해보게 됐다.”


Q : 피가 안 섞인 가족 형태를 선보였는데.

A : “일본에선 여전히 가족은 ‘혈연’이란 이미지로 고정돼 있다. 특히 2011년 대지진 이후 이런 가족 간 유대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분위기가 왠지 불편했다. 국제적인 상황이기도 하다. 칸에서 만난 많은 이들이 제게 자신이 입양됐거나 입양 자녀가 있다고 털어놨다.”


Q : 주인공들은 사회 안전망에 소외됐는데.

A : “일본은 경제 불황으로 계층 간 양극화가 심해졌다. 정부는 빈곤층을 돕는 대신 실패자로 낙인찍고 가난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 영화 속 가족이 그 대표적인 예다.”


Q : 경제 불황이 일본을 어떻게 바꿨나.

A : “공동체 문화가 붕괴하고 가족이 붕괴하고 있다. 다양성을 수용할 만큼 성숙하지 못하고 점점 더 지역주의에 경도되다 보니 남은 건 국수주의뿐이다. 일본이 과거사를 인정하지 않는 뿌리가 여기에 있다. 아시아 이웃 국가들에 죄스런 마음이다. 일본도 독일처럼 사과해야 한다. 하지만 같은 정권이 계속 집권하면서 우리는 많은 희망을 잃고 있다.”


Q : 전작들처럼 부자 관계가 인상적이다.

A : “영화에서 소년 쇼타(죠우 카이리 분)는 아버지(릴리 프랭키 분)라고 불렀던 사람이 그렇게 믿을 만하진 않다는 걸 알게 된다. 우리 아버진 전형적인 회사원이었지만 나 역시 비슷한 감정을 느껴본 적 있다. 부모에 대한 확고한 인상이 무너지는 순간 어른이 된다는 걸 말하려 했다.”


Q : 진정한 가족이란 무엇일까.

A : “정해진 답도 정의도 없다. 하지만 이 영화에 대해서라면 영원히 같이 살 순 없어도 함께했던 시간이 각자의 삶 속에 깊이 각인되는 것, 그 자체로 가족 아닐까.”


Q : 다음 영화를 프랑스 배우 줄리엣 비노쉬·까뜨린 드뇌브와 찍는다고 들었다.

A : “아직은 공식 발표 전인 ‘소문’이다(웃음). 한국에도 함께하고 싶은 배우가 있어서 한국과 프랑스 중 여러 가능성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

올해 칸영화제는 19일까지 계속된다. 경쟁부문 수상작은 같은 날 폐막식에서 발표된다.

칸(프랑스)=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나원정(na.wonjeong@joongang.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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