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코스 '고비사막 마라톤' 울산 청년이 20대 부문 1위

현대차 빈준석씨 "축구선수 꿈 포기한 아쉬움 극지 마라톤 우승으로 풀어"
레이스 중 근육파열 등 부상 딛고 6박 7일간 250㎞ 완주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축구선수가 되는 꿈을 접고 생활 전선에 뛰어들었던 20대 청년이 인간 한계에 내몰리는 극지 마라톤 대회에 도전, 연령별 우승을 차지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 근무하는 빈준석(23) 씨는 학창 시절 촉망받던 축구선수였다.

초등학교 5학년에 시작한 축구는 중학생 시절 발군의 실력을 인정받아 '유망주'라는 평가를 받았고, 주변의 기대를 받으며 경북지역의 고등학교로 진학했다.

그러나 예고 없이 찾아온 발목 부상, 심각한 허리측만증과 축농증 등이 선수로 성장을 더디게 했다.

고질적 부상과 부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그는 스무 살에 축구선수의 꿈을 접고 특전병으로 입대했다.

2016년 전역 후 직장생활을 시작했지만, 축구선수라는 무게를 스스로 버티지 못했다는 생각에 후회도 많았다.

미련과 응어리를 해소하는 탈출구로 그는 울트라마라톤을 택했다. 일반 마라톤보다 2배 이상 긴 100㎞를 뛰는 이 종목에서 빈씨는 4회 완주와 함께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그러던 중 극지 마라톤이라는 종목을 접하게 됐다.

끈기와 지구력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동시에 직장생활과 병행하기 어려운 준비 과정, 참가 비용 등 현실적인 한계도 컸다.

빈씨는 도전을 택했다. 극한에 도전해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축구에 대한 아쉬움을 날리고 싶었다.

그때부터 대회 참가비와 항공료 등을 모으고, 극한 종목에 버티도록 몸을 만들었다. 퇴근 후 하루 10㎞ 이상을 뛰었다.

대회를 두 달가량 남기고는 훈련량을 늘렸다. 근무하는 날에는 매일 20㎞씩, 주말에는 30㎞ 이상을 달렸다.

대회 코스나 환경을 고려해 10㎏ 이상의 배낭을 메고, 일부러 험한 산길을 찾아다녔다. 산길을 달려 내려가다가 넘어져 엄지손가락 뼈가 부러지기도 했다.

7월 말 중국으로 건너간 그는 '고비사막 마라톤 대회'에 출전했다.

6박 7일간 총 250㎞를 달리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 대회는 아타카마 사막 마라톤, 남극 마라톤, 사하라 사막 마라톤 등과 함께 세대 4대 극지 마라톤으로 꼽힌다.

레이스는 7월 30일부터 8월 5일까지 6박 7일간 이어졌다. 대회는 식량, 침낭, 점퍼 등 필수품이 든 12㎏짜리 배낭을 멘 채 매일 아침 출발해 정해진 구간을 시간 내에 완주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기온이 40도가 넘는 사막과 고지대 초원을 달리면서 이미 체력은 바닥이었다. 발톱은 깨졌고, 배낭끈에 쓸려 어깨 통증도 상당했다.

70㎞에 달하는 코스로 일명 '롱데이'로 불리는 4일차 구간에서 결국 다리에 탈이 났다.

다리를 절뚝거리면서도 진통제와 테이핑으로 버티며 죽음의 사선을 넘는 최악의 코스를 완주했다. 이 부상이 허벅지 근육파열과 무릎 인대 염증이라는 사실은 대회 후 진료에서야 알게 됐다.

빈씨는 총 30시간의 기록으로 총 250여 명의 참가자 중 21위로 골인했다.

특히 40여 명의 20대 참가자 중에 1위를 기록해 연령별 우승을 차지했다.

빈씨는 10일 "지금까지 나는 가능한 일만 시작하는 사람이었지만, 이번 대회를 계기로 시작하면 가능할 수 있다는 점을 배웠다"면서 "축구선수 아들을 뒷바라지한 부모님의 노고에 보답하는 동시에 스스로는 그런 기대를 이루지 못했다는 자책감을 덜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국내외 울트라마라톤은 물론 4대 극지 마라톤 대회에 계속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hk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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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광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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