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사상 주입· '미국은 악' 교육 여전"

'장마당 세대' 탈북 청년들 증언
컬럼비아대.링크 주최 좌담회서
10년전 화폐개혁에 주민 고통
중국 유학서 민주주의 첫 접해
나라 밖 소식 접할 기회 늘어

8일 컬럼비아대에서 열린 '북한인의 일상' 좌담회에서 탈북 청년 금혁(가운데)씨가 북한 엘리트층 유학생으로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2차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곧 이뤄질 전망이다. 이와 같은 남.북·미 화해 분위기 속에서도 북한 정권의 억압을 피해 고향을 떠난 탈북자들은 "아직도 북한 주민들의 고통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8일 컬럼비아 교육대 한인학생회와 탈북자 지원단체 링크(Liberty in North Korea.LiNK)가 '북한인의 일상'을 주제로 탈북 청년 5명의 좌담회를 열었다.

80여 명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탈북 청년들은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후반 사이에 태어난 '장마당 세대'의 일상을 전했다.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와 비슷한 연령의 이들은 자본주의에 훨씬 많이 노출됐다는 뜻으로 '장마당 세대'로 불린다.

청년들은 "북한 정권의 체제 교육과 반미.반자본주의 교육은 여전하지만 2009년 화폐개혁을 실시하면서 많은 이들이 재산 가치 하락으로 고통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청중은 대부분 컬럼비아대 교육대생으로, 북한의 교육과정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탈북 청년들은 "아직도 체제유지와 주체사상에 대한 주입식 교육은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미국은 악하다'는 식의 표현 또한 교과목을 가리지 않고 흔히 사용된다"고 전했다.

탈북 후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닌 찰스(가명)씨는 "북한은 수학시간에도 미국 탱크가 몇 대 부숴졌는지 물으며 수업을 한다"고 말해 청중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김일성 대학에 재학하고 북한 정권의 승인 아래 중국 베이징으로 유학을 가는 등 북한에서도 흔치 않은 '평양 엘리트 계층' 출신의 금혁(가명)씨는 "유학시절 어렵게 사귄 남한 친구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이야기하던 중 평생 처음으로 민주주의라는 말을 접했다"며 "그날 밤 내가 알던 북한은 죽었다"고 말했다.

북한 주민들은 세대별로 미국과 한국을 어떻게 다르게 보는지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일용(가명)씨는 "김일성 일가를 신성시하고 북한 체제를 지지하는 교육과정이 확고해 대다수 주민들의 공식적 입장은 반미"라면서도 "우리 아버지가 그랬듯 불법 라디오 등을 통해 외국 이야기를 접하는 사람들이 계속 늘고 있다"고 전했다.

금혁씨는 "그냥 연령대만 봐서는 세대 차이를 느낄 수 없을지 모르지만 엘리트 계급 내에서는 외국 문화에 대한 노출에 따른 세대 차이가 꽤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날 혜산 출신의 제시(가명)씨와 온성 출신의 노엘(가명)씨는 여성으로서 북한에서의 삶과 남한에서의 삶의 차이에 대해 "부모님이 여자는 초등학교만 나와서 시집 잘 가면 된다고 말했다"고 말해 청중을 놀라게 했다.

제시씨는 "11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시장에서 밀주를 팔기 시작해 14살 무렵에는 직접 만든 술이 마을에서 제일 맛있기로 유명해졌다. 그곳에서 쓸 수 없을 만큼의 돈을 벌 수 있었지만 대신 자유를 택했다"며 "대한민국에 정착한 후 교육을 받을 기회가 생겨 기쁘다"고 말했다.

가주에 본부를 둔 링크는 북한인들의 안전한 탈북과 정착을 돕고 탈북자들을 교육하는 비영리단체다. 2004년 창립이래 정착 프로그램을 통해 400명의 탈북자가 한국과 미국에 정착하도록 지원하고, 중국과 동남아시아의 네트워크를 통해 900명이 넘는 탈북자들을 구조했다.

링크의 커뮤니케이션 코디네이터 이안 멕케이는 "북한의 2500만 주민도 평화롭고 생산적인 삶을 살고파 하는 사람들이라며 한인사회의 후원과 지지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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