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눈을 가려도 두렵지 않다” 中 항미 선전전 격화

당 선전부 이론국, 인민일보에 반미 격문 게재
“세계화 미국은 파괴자, 중국은 수호자” 주장
세관총국 “올 3분기 북·중 무역 59.2% 감소”


미국 달러화와 중국 인민폐. 다음주 미국의 환율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미국을 비난하는 중국의 항미 선전전이 격화되고 있다. [중앙포토]

“구름이 눈 가려도 두렵지 않다.(不畏浮雲遮望眼)”
중국 공산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즐겨 인용하던 한시를 동원하며 항미(抗美) 선전전을 펼쳤다.

중국 당 인민일보는 12일 2면에 ‘중앙선전부 이론국’을 뜻하는 필명 ‘중헌리(中軒理)’가 집필한 ‘경제 세계화 추세는 막을 수 없다’는 5500자 분량의 반미 격문을 실었다. 글의 제목은 송(宋)나라 학자 왕안석(王安石)의 시 ‘등비래봉(登飛來峰)’에서 따왔다. 시 주석은 이 구절을 “중국이란 사자가 깨어났다”고 주장했던 2014년 3월 중국·프랑스 수교 50주년 기념 연설과 올 보아오 포럼 등 여러 차례 인용한 바 있다. 시 구절은 “내 몸이 가장 높은 층에 있어서(自緣身在最高層)”로 이어진다. 관세·군사·대만·첩보 등 미국의 전방위 공세에 두렵지 않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인민일보는 ‘경제 세계화는 이미 대세가 나아가는 방향이다’, ‘미국은 갈수록 경제 세계화의 파괴자가 되고 있다’, ‘중국은 경제 세계화의 굳건한 수호자다’ 등 총 세 챕터로 나눠 미국의 무역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미국 브로드컴의 터치칩, 한국 삼성의 디스플레이, 일본 소니의 카메라를 세계 200여 부품을 중국 내륙의 폭스콘에서 조립해 뉴욕·런던·도쿄·뉴델리·멜버른 등 전 세계 애플 팬에게 판매되는 아이폰이 경제 세계화의 축소판이라며 “경제 세계화가 없다면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넘는 ‘애플제국’은 없다”고 강조한다.

신문은 미국을 경제 세계화의 ‘파괴자’로 정의한 뒤 “2차 대전 뒤 차지한 미 달러 패권을 경제 이익을 이어가는 도구 뿐만 아니라 자신의 위기를 전가하는 도구로 사용했다”며 비난했다. 특히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위기가 폭발하면서 국제 금융위기로 번져가자 주요 7개국(G7)으로 속수무책이 되자 중국을 찾아와 G20 개최를 요청했다고 일깨웠다. 그러면서 “오늘 우리는 뻔뻔하게 얼굴을 바꾸고 강을 건넌 뒤 다리를 치우는 미국을 보고 있다”며 “미국은 친구도 무시하고 일말의 주저 없이 무역 등 모든 수단을 이용해 적을 타격해왔는데 냉전 시대 구소련, 80~90년대 일본, 지금의 유럽연합(EU)·캐나다·멕시코·터키까지 요행은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세계화의 수호자라며 치켜 올렸다. 2001년부터 2017년까지 중국이 연평균 수입을 13.5%씩 늘여 글로벌 경제의 ‘케이크’을 키웠는데 어떻게 “약탈경제”일 수 있냐며 반박했다. 미·중 무역 마찰이 계속될 경우 미국은 100만명의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며 협박성 발언도 잊지 않았다.

결론으로 “경제 세계화의 추동력은 인류 사회의 과학기술 진보와 끊임없이 향상된 생산력이지 결코 어떤 한 나라나 특정 인물이 아니며 더욱이 누구의 주머니 속 사유물이 아니라”라며 “현재 무역 보호주의 회귀는 한바탕 역류일 뿐 근본적으로 경제 세계화가 전진하는 걸음을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글은 당(唐)나라 시인 이백(李白)의 ‘조발백제성(早發白帝城)’의 시구를 원용하며 끝맺었다. “양 기슭에 원숭이 울음 그치지 않는데 가벼운 배는 반드시 만겹의 산중을 지날 것이다(兩岸猿聲啼不往, 輕舟必過萬重山).” 시 원문의 ‘벌써 지났다(已過)’를 ‘반드시 지날 것(必過)’으로 한 글자 바꾸면서 필승의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중국이 지난달 24일 미국의 2000억 달러 관세에 ‘중·미 무역 마찰에 관한 사실과 중국의 입장’이란 백서를 발표한 데 이어 다시 항미 격문을 발표하면서 국내 여론 관리에 주력했다. 다음 주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 발표에서 환율조작국 지적이란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하는 수순으로 파악된다.

한편, 무역 전쟁에도 불구하고 미·중 무역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국무원 신문판공실 기자회견에서 리쿠이원(李魁文) 해관총서 통계분석국장 겸 대변인은 올 3분기까지 미·중 무역액은 3억600만 달러로 6.5%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대미 수출은 2억2700만 달러로 7.4% 성장, 대미 수입은 7981억3000만 달러로 3.8% 증가했다. 이에 대해 리 대변인은 “중국은 완전한 산업 체인과 강한 제조능력을 갖췄으며 미국 시장은 중국 제품에 비교적 강한 의존성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올 3분기 북·중 무역 59.2% 줄어

또한 중국의 대북 무역은 지난 3분기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리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올해 9월 말까지 3분기 북·중 무역액은 111억1000만 위안(1조8229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59.2% 줄었다고 발표했다.
그 가운데 대북 수출은 101억1000만 위안(1조6585억원)으로 40.8% 줄었고, 대북 수입액은 10억 위안(1640억원)에 그쳐 90.1%의 하락 폭을 기록했다.


리 대변인은 “안보리 협의 이행은 유엔 성원국이 마땅히 이행해야 할 공동 의무”라며 “중국 해관은 일관되게 전면적이고 정확하며 진지하고 엄격하게 안보리 관련 결의를 집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시장 통계기관인 글로벌 트레이드 아틀라스(Global Trade Atlas)의 통계와 종합하면 중국의 대북 수출액은 줄곧 증가세를 보였으나 올해 들어 큰 폭으로 하락했고, 수입은 2016년부터 꾸준히 줄어들었으나 올해 90% 대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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