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 손대려다 하원선거 역풍 … 트럼프, 오바마에 졌다

트럼프에 여성 분노 ‘핑크 웨이브’
여성 하원 의원도 100명 넘을 듯
민주당 “저급한 정치, 인종주의 제동”
트럼프 탄핵 추진 가능성은 낮아

[하원 뺏긴 트럼프] 표 분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민과 관세·무역 등 내·외치 국정기조였던 아메리카 퍼스트에 제동이 걸렸다. 미국 국민들은 그의 집권 2년 만에 의회 권력의 절반인 하원을 민주당에 넘겨줬다. 하원 권력이 민주당으로 간 건 8년 만이다. 트럼프 유세의 단골 조롱 대상이던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낸시 펠로시가 2007~2011년에 이어 미 권력 서열 3위인 하원의장을 다시 맡게 됐다.

NBC·CBS·ABC와 CNN방송이 6일 공동으로 실시한 출구조사에서 유권자의 38%는 하원 선거에 투표하는 이유를 “트럼프에 반대해서”라고 꼽았다. 반대로 트럼프를 지지하기 위해서라는 응답은 26%였다. 56%는 “미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했으며, 77%는 “국가가 과거보다 훨씬 분열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층 결집을 위해 공공연히 조장해 온 남녀 성별, 인종, 이민자에 대한 분열의 정치에 미 국민이 ‘옐로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트럼프식 일방주의에 대해 조 바이든 전 부통령도 이날 “정치가 너무 지저분하고 저급하다”며 “태생주의와 가짜 애국주의, 인종주의를 이제 멈추고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 국민은 중간선거 최대 이슈로 트럼프 대통령이 앞세운 경제보다 건강보험, 이민 문제를 더 중시했다. 유권자 42%가 출구조사에서 최대 이슈로 건강보험을 꼽았고, 이민은 23%, 경제는 3순위인 22%였다. 경제적으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분기 4.2%라는 기록적인 결과에 이어 3분기에도 3.5% 성장률과 실업률 3.7%로 사실상 완전고용을 달성했다. 그러나 그보다는 당장 트럼프 대통령의 오바마 케어 폐지를 걱정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공화당 현역 의원들은 “국민 의무가입을 규정한 ‘오바마 케어’(적정건강보험법)를 폐지하면 기존 질환이 있는 사람은 민간 보험을 들 수도 없다”는 항의에 시달렸다.


로버트 슈멀 노터데임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초반부터 지역선거가 본질인 중간선거를 자신에 대한 찬반 투표로 규정하며 전국선거로 만들었다”며 “거꾸로 민주당 후보들은 지역 이슈와 트럼프의 오바마 케어 폐지를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데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정작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치러진 2010년 중간선거에서 의료보험 의무가입 규정을 담은 법안에 반발한 공화당 티파티 세력에 의해 하원에서 63석을 잃는 최악의 참패를 당했다. 8년 만에 오바마 케어가 민주당에게 하원을 선사하는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여성 혐오 조장에 분노한 ‘핑크 웨이브’도 민주당의 하원 승리에 큰 역할을 했다. 여성 의원 숫자도 직전 기록인 85명을 갈아치우며 처음으로 100명에 육박했다. 현지시간 7일 오전 6시 현재 하원 98명, 상원 12명의 여성의원이 당선 확정됐다. CNN등 미 언론은 이번 선거에서 여성 하원의원이 100명 이상 탄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성 유권자들의 투표 열기도 트럼프 지지 백인 남성을 뛰어넘었다. 출구조사에서 투표장에 나온 여성 유권자의 59%가 민주당 지지자라고 밝혔다. 39%만이 공화당 지지자였다.

이번 중간선거로 민주당이 하원 과반을 확보함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소추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탄핵심판권을 가진 상원을 공화당이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탄핵을 추진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차기 하원의장에 유력한 펠로시 민주당 원내대표도 하원 승리 일성으로 “초당적 협력”을 얘기했다. 그는 “오늘의 결과는 민주당과 공화당을 넘어서는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헌법의 견제와 균형을 복원하는 것”이라고 했다.

슈멀 교수는 이에 대해 “민주당이 상원에서 저지될 게 분명한 상황에서 탄핵안을 발의하는 건 가망이 없는 일이기 때문에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하지 않고 있는 본인의 세금 환급 내역이나 가족의 기업 경영과 관련한 각종 의혹 조사에 보다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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