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시도한 관심 대상자였다” …'대학병원 흉기 난동 사건' 들여다보니

서울 용산경찰서는 '흉기난동'으로 잘못 알려진 순천향대학교 '모형 칼 소동'을 수사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9일 오후 1시 30분쯤 순천향대학교 병원 정신과 외래 진료실 앞에서 소란을 피운 미국인 A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오전 진료 후 오후 진료를 위해 진료실을 찾았다가, ‘오전의 통역사를 다시 불러달라’며 소란을 피우다 보안요원에 의해 제지당했다. A씨는 당시 진정제 처방을 위해 병원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무도용 모형 칼을 소지하고 있었고,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넘겨졌다.


경찰은 사건 이후 A씨의 가족과 병원 경비인력, 목격자 등에 대한 조사를 완료했다. A씨는 40대 미국인으로, 가족에 따르면 ‘이전에도 술을 많이 먹어서 진정제 처방을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경찰은 술 문제와 진정제 처방이 무슨 관계인지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아니라 설명할 수 없다”면서도 “정신질환은 아닌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병 깨고, 성추행 시도한 '관심 대상자'"
서울 순천향대 병원 국제진료센터 앞. 백희연 기자
10일 오후 찾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순천향대학교 병원은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전일 오후 A씨의 소란으로 경찰이 출동했던 사실은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았다.


“그 사람이요? 원래 관심 대상자였어요”

병원 2층 국제진료센터 앞에서 만난 통역사 B씨는 기자가 사건에 대해 말을 꺼내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그는 사건이 발생한 9일 오전 11시 반부터 오후 1시까지 A씨의 통역 담당이었던 사람이다. B씨는 “그 사람이 이전부터 화장실에서 음료수병을 깨뜨린다거나, 여성 직원들에게 성추행을 ‘시도’한다거나 해서 통역팀 내의 여성 통역자들이 피하고 싶어했다”고 전했다. 그는 “사건 당일에도 그 사람이 ‘오전에 통역 맡았던 여성 직원 데려오라’고 요구해서 일부러 ‘없다’고 하고 내가 맡은 건데, 그걸로 화를 내기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기존에도 요주의 인물이었다는 얘기다.

병원·경찰 "칼 아니라 큰 위협 아냐" 해프닝 취급
그러나 병원 측은 ‘통역팀과의 마찰로 벌어진 해프닝일 뿐, 의료진 위협이 아니라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순천향대병원 관계자는 “원래 가방에 몽둥이도 들고 다니는 사람이라고 듣긴 했다”면서도 “의료진과는 얘기를 잘하고 나가서, 통역팀과 마찰이 있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가 통역팀 직원들과 대화를 시도했지만, 병원 측의 제지로 중단됐다.

경찰은 “신고자인 경비인력의 진술에 따르면, 진료실 앞에서 소란을 피우던 A씨를 보안요원들이 양쪽에서 진정시키며 데리고 나가려고 하자 ‘A씨가 뭔가를 꺼내려는 듯한’ 동작을 취해서 제압했다고 했다”며 “실제로 흉기를 꺼내려던 의도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무도용으로 모형 칼 가지고 다녔다" 진술 확인도 안 해
서울 용산경찰서는 A씨와 가족, 사건 당시 목격자 등에 대한 조사를 완료했다. [중앙포토]
A씨가 소지하고 있던 무도용 모형 칼은 20cm 정도의 플라스틱 재질이다. A씨는 “합기도 수련을 하고, 수련장에서 가르치기도 한다”며 무도용 칼을 평소 가지고 다녔다고 했다. 그러나 경찰은 A씨가 실제로 합기도 수련을 받는지, 어디서 가르치는지 등 사실확인에는 소극적이었다. 경찰은 “칼을 압수는 했다”면서도 “행위 자체가 위협적인 상황이 아니었고, 칼이 아닌 게 밝혀진 상황에서 굳이 그 진위까지 따질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병원 보안이 강화되면서 벌어진 사건이다”고 했지만 병원 측은 “병원 보안이 특별히 강화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병원 관계자는 “대학병원은 정부나 의사협회 지침이 내려와야 보안 강화를 할 수 있다. 우리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경찰은 A씨를 사건 당일 조사 후 귀가시켰다. 용산경찰서는 “흉기사건이라서 신고가 된 거였는데 흉기가 아니었고, 정신병력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조사 후 귀가시켰다”고 밝혔다. “분노조절이 안 되거나 폭력성 등을 비추지도 않았다”고 했다. 경찰은 현재 업무방해 혐의로 A씨를 조사하고 있으나 그마저도 적용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밝혔다.

김정연·백희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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