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6월25일 아침을 맞으며

6.25전쟁이 발발한 지 어느덧 69년이 지났습니다. 1950년, 그 해 태어났던 분들이 이제 벌써 인생의 황혼을 맞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전쟁 직후 폐허가 된 대한민국. 50년대에 태어났던 세대는 전쟁으로 망가진 벌판에서 뛰놀고 자라, 가난한 나라의 현실을 절감하며 공부했고, 조국이 경제적으로 ‘중진국’의 문턱에라도 들 수 있도록 하자는 열망으로 피땀흘려 일했습니다. 아이들을 풍요롭고 똑똑하게 키우고자 밤낮없이 노력했고, 혁명과 혁명, 혼란 속의 민주화를 넘으며 다른 나라가 1,2세기에 걸칠 경천동지할 발전과 변화를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선진국이 된 조국을 바라보는 흐뭇함도 잠시, 전쟁의 참상을 기억하는 우리 세대는 지금 조국의 운명이 또다시 풍전등화와 같은 어려움에 맞닥뜨렸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변함없이 굳게 나아갈 것으로만 믿었던 한미동맹도 흔들립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에 초강경한 정책을 유지하고 있고, 북한의 가장 가까운 형제국가인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한창입니다. 이런 현실 속에 북한과의 화해와 협력만을 중요시하는 듯한 대한민국 현 정부의 정책에 동포들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정작 미국과 북한, 중국과 일본은 치열한 정치 외교적 수싸움을 벌이는데 대한민국과 한국인들은 평화와 화해라는 신기루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지난 20여년간을 돌아볼 때, 미국과 북한의 핵문제 해결 없이는 한국민들이 갖고 있는 평화통일 의지가 허상일 뿐이라는 사실을 냉엄한 국제정세는 보여줍니다. 6.25 직전까지도 많은 사람들은 한반도에서 이념의 차이가 극복되고, 남북한을 가르는 38선이 평화롭게 제거될 것을 희망하고 믿었다고 합니다. 1950년 6월25일 시작된 총성에 수백만의 목숨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세계의 역사는 반복되고 되풀이된다는 현인들의 가르침을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지난 22일 열린 6.25참전유공자회 워싱턴지회 주최의 기념식에서 전쟁의 참상을 직접적으로 경험하신 많은 유공자 분들을 다시 만났습니다. 다시한번 그분들의 희생과 노력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6.25 전쟁이 남긴 폐허와 절망 속에서 대한민국을 일으켜 세운 우리 세대는, 현재와 미래의 주역인 젊은 세대들이 갖고 있는 낙관적 평화주의를 경계해야 함을 알리는 산증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6.25 전쟁 3년 동안 희생된 수없이 많은 분들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그분들의 불행 속에서 살아남아 그 분들의 몫까지 다해야 한다는 소명의식으로 대한민국을 일으켰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한국전쟁에서 피를 나눈 혈맹,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에서 살아가며, 한미동맹의 근간을 몸으로 실천하고 있습니다.

자유와 평화를 기반한 풍요로움 속에 성장한 사회에서만 성실한 노력과 정직한 마음가짐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바르고 정의로운 국가에서만 직업과 인종의 상관없이 누구나 번영과 성공을 이룰 수 있습니다. 우리는 피와 땀으로 그 같은 깨우침을 얻은 마지막 세대라는 의식으로서, 우리가 이룩한 평화가 깨어지지 않게 다음 세대를 가르쳐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미국에 사는 우리들이, 우리들의 아들 딸들이, 대한민국과 미국을 잇는 다리가 되어 우리의 두 조국이 영원한 혈맹으로 평화와 번영을 함께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김영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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