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백색 분노 대 흑색 탈출

대선과 팬데믹이 어우러지면서 마치 세계의 종말을 향해 치닫는 것처럼 선거전이 과열되고 있다.

아이러니는 양 진영 모두 ‘4년 전엔 트럼프를 뽑았지만 이번엔 아니다’라거나 ‘민주당원이었지만 이젠 진실을 깨달았다’고 주장하는 인사들이 서로 변심의 이유를 내세워 각축을 벌이는 모양새가 종종 포착되고 있다는 것이다.
각 후보의 공약과 과거 지지한 법안 또는 행보를 살펴보고 이성적인 판단으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사실 그다지 현실적이지는 않다.
복잡한 정세를 따라잡기엔 시간도 없고 드러난 현상 뒤에 감춰진 진의를 가려내기엔 정보도 부족하다. 그래서 미결정(Undecided)자가 있는 것이고, 경합주(Swing State)가 나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각축이 치열할 경우 당락을 결정지을 수 있는 유동 표를 얻기 위해선 감정에 호소할 수밖에 없다. 선거일이 고작 두 주 남짓 남았다.
조목조목 근거를 들어 설득할 시기는 이미 지났다. 막바지 유세에 있어 상대방 비방이 단골 메뉴인 것은 인지상정인지도 모른다.

캐릭터(Character)라는 단어는 흔히 성격 또는 기질 정도로 번역되는데,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다는 점에서 볼 땐 ‘인성’ 또는 ‘인품’에 더 가깝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언행 때문에 이 캐릭터 부분에서 많은 점수를 잃는다. 그러나 바로 그런 고상함과는 거리가 먼 이미지가 오히려 뭘 하든 ‘내 마음대로’의 엿장수 카리스마를 받아들이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간과한다.
민주당에서는 참모들도 못 말리는 천방지축이라고 비난하지만, 그 말은 뒤집으면 결단력과 추진력이 있다는 것과도 닿을 수 있다.

그리고 그 행동력의 방향성이 ‘우리 국민 먼저’라는 점에서 민심을 얻는 것이다. 정책도 법안도 다 좋지만 내 부엌에 쌀과 빵이 떨어지지 않았을 때의 일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늘 해오던 대로 서민, 소외층, 이민자 배려와 인종 갈등 완화 등을 내세우고 있다. 기득권에 맞서 ‘평등’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은 매력적이고 당위성 있는 공약이다.

백인 우월주의를 비판하며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흑인 차별에 분노를 표출한다. 케롤 앤더슨 교수는 2016년 출간된 자신의 저서 ‘백색 분노(White Rage)’에서 흑인이 폭동을 일으킬 수밖에 없도록 극한의 상황으로 몰고 가는 정책이 만들어지는 이유는 흑인이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것에 화가 난 백인들의 분노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4년 후인 2020년, 친 공화당 성향의 ‘블랙시트(Black + Exit)’운동 창시자인 켄디스 오웬은 ‘흑색 탈출’이라는 책을 출간하며 민주당의 정책이 ‘선동’이라고 고발한다.

여자, 흑인, 약자를 위한 복지 정책이 오히려 발목을 잡아 그들의 성장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스스로의 노력 없이 ‘복지’에 길들여져 ‘아메리칸 드림’에서 멀어져 가는 악순환을 인지하고 민주당과 언론이 합작으로 만들어 놓은 ‘이상향의 대농장’에서 탈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오웬은 공화당 유세장에서 민주당 집권을 소셜리즘으로의 전복이라고까지 표현한다. 약자는 곧 피해자라는 공식을 주입해 불만을 품게 만들고, 그것을 동력으로 사회 분열을 조장한다는 일침이다.

백색 분노와 흑색 탈출 사이에서 등이 터지는 것은 한인이다. 실제로 한인들 사이에서도 민주-공화 접전이 꽤 치열하다.
물론, 모두 같이 한 정당을 지지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한인 표밭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게 할 수 있다면 이미 절반의 성공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오히려 한인 표가 양쪽으로 갈리는 편이 어떤 면에선 유리할 수도 있다. 서로 자신의 편으로 설득해 데려가기 위해 한인의 필요에 귀 기울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보수와 진보,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평등한 복지, 자국민 우선과 보편적 인류애 등 어쩔 수 없이 대칭을 이룰 수밖에 없는 가치들 사이에서 어느 편을 택하든지 그에 따르는 인과가 본인의 몫이라는 것은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이다.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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