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올해 추석 한국 안방을 뜨겁게 달군 건 오랜만에 대중들에게 돌아 온 전설의 가수 나훈아의 ‘대한민국 어게인, 콘서트 2020’이었다고 한다. 50년은 지난 1970년대 초 내가 초·중학교 때 이미 인기 최정상의 반열에 올라있던 그가 70을 넘긴 나이에 러닝셔츠와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파격적인 모습으로 돌아 온 것도 놀라웠지만, 새로 발표한 곡들이 인생을 달관한 듯한 원숙미를 흠뻑 느끼게 해준다.

그 중에서도 관심을 끄는 한 곡이 있는데 제목이 ‘테스형’이다. ‘테스형’은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투정하듯 부른 노래라는데 아버지를 직접 언급하면 분위기가 무거워질 것 같아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 이름을 빌려서 만든 노래란다. 요즘같이 어려운 시절에 가사 한 줄 한 줄이 누구에게나 같은 심정일 정도로 공감이 간다.

‘어쩌다가 한바탕 턱 빠지게 웃는다. 그리고는 아픔을 그 웃음에 묻는다. 그저 와 준 오늘이 고맙기는 하여도 죽어도 오고 마는 또 내일이 두렵다.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아! 테스형 소크라테스형 사랑은 또 왜 이래(중략).’

올 한해는 코로나19라는 우리가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초유의 사태로 전 세계가 혼돈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불확실성을 안고 내일이 오는 게 두려운 하루하루를 살면서 정말 친한 형이라도 옆에 있다면 세월이 왜 이러냐고 세상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드냐며 투정이라도 부리고 싶어진다.

지금쯤이면 울긋불긋 물들어 가는 단풍 구경을 겸한 고국산천 방문이 줄을 이을 시기이건만 여행은 꿈도 꾸지 못할 정도로 바뀌어 버렸다. 나 자신도 올해 한국에 가야 할 중대사가 있었는데도 가지 못했고, 외국에 사는 갓 돌 지난 손녀를 보러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참 이상한 세월을 보내고 있다.

처음에는 사태가 이렇게 오래 갈 것이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는데 벌써 1년이 가까워지다보니 힘겨워 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노랫말처럼 그저 와 준 오늘이 고맙기는 하지만 어쨌든 오고 마는 내일이 두렵다. 내일이 오고 또 내일이 오다 보면 렌트비를 내야 할 날짜는 어김없이 오는 게 현실이다. 서민들은 살기가 점점 힘들어지며 극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데 한국이나 미국이나 위정자들은 자기들 이해득실을 따지느라 정치싸움하기 바쁘다. 그 가수가 작심한 듯 내뱉은 “역사적으로 국민을 위해 목숨을 건 왕이나 대통령을 본 적이 없다”는 말이 뼈를 때린다.

2020년 올해는 역사적으로 최악의 한 해로 기록될 법하다. 2000년도 더 지난 옛날에 이미 ‘너 자신을 알라’고 일갈한 대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소맷자락을 붙잡고 물어보고 싶다.

“테스형. 세상이 정말 왜 이래? 코로나는 언제나 물러갈까. 우린 언제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송훈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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