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네트워크] 비트코인 ‘인정투쟁’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 암호화폐 비트코인의 창시자다. 그는 2008년 10월 인터넷에 등장해 2011년 4월 어떤 자취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시작은 A4 용지 9장 분량의 짧은 논문이었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비트코인: 일대일 전자 화폐 시스템’에서 은행이 필요 없는 새로운 전자 화폐를 제안했다. 그가 사라진 지 10년. 김치 프리미엄이란 신조어까지 만든 비트코인은 글자 그대로 광풍이다.

사토시 나카모토가 비트코인을 설계한 의도는 명확하다. 논문 곳곳에 담긴 그의 세계관은 탈정부·일대일 거래·익명성이다. “완벽한 전자화폐 시스템은 온라인을 통해 일대일로 직접 전달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금융기관(Financial Institution)은 필요하지 않다.” 첫 문장부터 기존 금융 시스템을 부정한다. 그러면서 “인터넷 상거래는 일반적으로 제삼자인 은행이 보증하는데 이런 시스템에선 신용에 기반을 둔 근본적인 결함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비트코인이 탄생한 건 우연이 아니다. 논문이 발표된 그해 9월 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을 선언했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왔다. 파산을 신청한 은행이 늘면서 은행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 무너지기 시작했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논문에서 거래-네트워크-프라이버시로 나눈 비트코인의 유통 과정을 제안한다. 이를 관통하는 핵심은 은행이 독점하던 거래 장부의 분산 보관이다. 거래 장부를 뜻하는 블록은 통상 10분 단위로 만들어지는데 이 블록들을 시간순으로 이어붙인 게 블록체인이다.

비트코인 인정투쟁(認定鬪爭)이 한창이다. 한국 정부는 이르면 내년 1월부터 가상자산 거래에 과세를 시작하겠다는 입장이다. 비트코인 투자자는 과세에 앞서 투자자 보호가 우선이라 주장한다. 탈정부 선언에서 시작한 비트코인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순간부터 인정투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그래서일까 정부가 나서 암호화폐를 가상자산으로 인정한 국가는 없다. 비트코인을 가상자산으로 인정하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효과를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비트코인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질문은 가볍지 않다. 기득권에 대한 도전, 인간의 소유욕망, 세대 갈등이 대표적이다. 사토시 나카모토가 던진 작은 돌멩이가 남긴 파문은 깊고 또 넓다.

강기헌 / 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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