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칼럼] 시스템적 차별과 인종학 수업

미국의 인종차별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둘로 나뉜다. 미국에 시스템적 인종차별이 존재한다고 보느냐,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느냐는 것이다.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문제 해결 필요성을 느끼지 못 한다. 당연히 문제 해결에 나설 의지가 없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시스템적 인종차별이 존재한다는 걸 인정했다. 그는 지난해 6월 조지 플로이드 사망 관련 시위가 잇따르는 가운데 “시스템적인 인종차별을 없애려면 한 세대에 걸친 노력이 필요하다며 연방의회가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대통령 취임 후에도 인종차별을 위한 노력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아태계 차별 금지 등을 포함한 인종 불평등 해소를 위한 4건의 행정 명령에 서명했고 지난 3월 애틀랜타 연쇄 총격 사건이 벌어지자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 폭력 증가에 대응하는 태스크포스를 신설하고 아태계 피해자 지원 기금 약 5000만 달러를 배정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시스템적 인종차별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한인을 포함한 소수계에게 매우 큰 의미가 있다.

백악관, 연방의회, 각급 정부가 시스템적 인종차별이 존재한다는 걸 인정하고 차별을 없애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이에 둔감했던 미국인들도 문제를 인식하게 된다.

시스템적 인종차별은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문화 등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이런 차별의 폐해는 경험해 본 이들일수록 절감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경험한 적이 없는 이들에겐 차별에 관한 논의 자체가 불편할 수 있다.

최근 오렌지카운티 일부 교육구는 고교에서 인종학 수업을 선택 과목으로 제공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그런데 상당수 학부모, 일부 교사 등이 인종학 수업 도입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주된 이유는 “인종학 수업이 되려 인종 갈등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인종학 수업을 받은 학생들이 특정 인종을 가해자 취급하게 되고, 특정 인종 학생이 죄책감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인종학 수업 도입을 촉구하는 이들이 “인종학 수업의 목적은 그런 것이 아니다. 여러 인종이 서로의 입장과 문화를 더 이해할수록 적대시하거나 차별하지 않게 된다”고 설명하지만, 반대파 설득은 쉽지 않은 모양이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 항의 시위가 한창이던 당시 여러 인종이 함께 모여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고 외친 것은 많은 미국인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러나 일부 시위가 약탈과 방화, 폭력으로 얼룩지자 ‘백인 목숨도 소중하다’ ‘모든 목숨이 소중하다’ 등의 문구가 적힌 푯말을 앞세운 일종의 맞불 집회가 곳곳에서 벌어졌다.

인종을 가릴 것 없이 모든 목숨이 소중하다는 메시지는 지당한 말이다. 그런데 왜 굳이 이 메시지를 플로이드 사망 항의 시위대와 함께하지 않고 그들의 반대편에 서서 전달해야 했을까.

미국에 시스템적 인종차별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많이 나아졌지만 더 개선돼야 한다.

시스템적 인종차별 철폐는 소수계라면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할 사안이다. 소수계에 의한 소수계 차별도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소수 인종 간 차별을 이유로 시스템적 차별을 정당화하는 건 곤란하다.

시스템적 차별은 그 존재만으로 인종 갈등을 부추긴다. 수혜자와 피해자의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다. 심지어 이런 시스템을 용납할 건지, 거부할 건지 판단하는 과정에서도 편이 갈린다.

인종학 수업은 필요하다. 특정 인종을 가해자, 피해자로 구분해 편을 가르는 것은 인종학 수업 찬성론자들의 목적이 아니라고 본다. 편 가르기는 시스템적 차별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되기는커녕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모쪼록 미래를 짊어진 청소년이 다양한 인종을 서로 이해하며 편견을 버리도록 하는 인종학 수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결국 시스템적 인종차별은 다수의 미국인이 마음속으로부터 동의해야 근절할 수 있다.

OC취재팀 임상환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오늘의 핫이슈

Video News

핫딜 더보기

이 글을 공유하려면 링크를 복사하여 붙여넣으세요.
복사를 누르시면 자동 복사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