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인'서 '파워그룹' 부상에 대한 반작용

기획: '아시안 증오범죄' 왜 느나…<1> 달라진 아시안
전문가들 "인구수·경제력 기존 구성원 위협"
미국 태생 증가 "나는 미국인"…차별에 반발

미국에서 아시아계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잇따라 발생하는 증오범죄 이면에 인구 증가에 따른 아시아계의 영향력 확장이 일종의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채프먼대학 피터 시미 교수(사회학)는 “코로나19 사태는 (증오범죄의) 원인이 아닌 ‘계기’였을 뿐 ”이라며 “남가주 지역만 봐도 지난 2017년의 경우 이미 인종 혐오 그룹이 전년보다 4% 이상 증가했었다”고 지적했다.

‘아시아 태평양계 미국인 문화 유산의 달’인 5월 본지는 아시아계의 인구 성장과 그에 따른 상관 관계를 분석했다.

한 사회에서 특정 집단의 인구 비중 확대는 잠재력 확대로 이어진다. 아시안의 위상 상승도 인구 증가와 연관이 있다.

UC어바인 제니퍼 리 교수(사회학)는 “아시아계는 미국 내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집단으로 그 원동력은 ‘이민’에 있다”고 분석했다. 리 교수는 “한 예로 2012년의 경우 한 해 동안 미국으로 유입된 아시아계 이민자 수는 라틴계 유입 인구를 넘어설 정도”라고 말했다.

통계는 이를 뒷받침한다.

본지가 연방센서스국의 아메리칸커뮤니티서베이(ACS) 자료를 분석한 결과 아시아계는 지난 2019년 기준으로 총 2140만8058명이다. 미국 전체 인구 3억2469만7795명 중 약 7%를 차지하고 있다.

아시아계는 그 동안 크게 증가했다. 2010년엔 1619만8607명으로 미국 전체 인구 대비 5.3%를 차지했다. 2015년에는 1916만7716명으로 6.1%로 증가했다.

2010년에서 2019년 9년 사이 아시아계 인구는 무려 520만 명 이상이 늘었다. 약 32%가 급증한 셈이다.

ACS의 제니퍼 오트먼 박사는 “아시아계 예상 인구 증가율은 143%로 히스패닉계(114%)보다 높다”며 “2060년에는 아시아계 인구가 48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범죄 증가 배경에는 인구 증가가 자리하고 있다. 일종의 인구 증가에 대한 반작용이다.

UCLA 유헌성 연구원(사회학)은 “그동안 아시아계는 미국 사회에서 ‘이방인’처럼 인식돼왔지만 오랜 이민 역사를 통해 동화되면서 주류 사회의 한 부분을 뚜렷하게 차지하는 영향력을 가진 집단이 됐다”고 말했다. “아시아계의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지위 향상은 기존 구성원에게는 미국 사회에 내재한 오랜 인종 차별적 인식 등과 맞물려 위협 등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시아계는 실제 교육, 경제적 수준이 타인종과 비교했을 때 가장 높다. 2019년 ACS에 따르면 아시안의 평균 가구 소득은 9만3759달러다. 백인(6만9823달러), 라티노(5만5658달러), 흑인(4만3862달러) 등 어느 인종 집단보다 높다.

아시안은 학사 학위 소지자(25세 이상·2019년 기준) 비율 역시 30.8%다. 백인(21.3%), 흑인(13.9%), 라티노(12%) 등과 비교하면 가장 높은 학력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인구수 증가와 함께 질적인 면에서도 성격이 바뀌면서 중심부로 진입하고 있고 이런 변화가 반작용을 낳을 수 있다.

롱비치 지역의 대형 항공 업체에서 근무하는 레이 김(41·엔지니어)씨는 “특히 IT 업계 종사자나 엔지니어들을 보면 아시안이 매우 많다”고 전했다.

김씨는 “최근 10~20년 사이 한인을 비롯한 인도계, 중국계 등 고급 인력이 유학, 취업 비자 등을 통해 미국으로 대거 건너왔다. 이들은 이민 1세대와 달리 곧바로 주류 사회로 들어가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계 인구 구성을 보면 한인을 포함한 5개 민족이 전체 아시안의 80%(1727만2059명) 이상을 차지한다. 센서스국(2019년 기준)에 따르면 아시아계는 중국인(499만3935명·23%)이 가장 많다. 이어 인도인(431만8046명·20%), 필리핀인(401만4408명·19%), 베트남인(208만6017명·10%), 한인(185만9653명·9%) 순이다.

아시아계 이민자가 갖는 위상은 과거와 분명히 달라졌다. 게다가 이민 역사가 쌓이면서 2~3세대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최근 아시아계 이민자가 증오 범죄와 인종 차별 등을 더 이상 참지 않고 일제히 목소리를 높이게 되는 이유다.

퀸즈칼리지 민병갑 석좌교수(사회학·재외한인사회연구소)는 “이민 사회의 성질이 확실히 변했다. 과거 한인 등 아시아계 이민자는 주로 생존을 위해 미국으로 왔지만 이제는 높은 교육 수준을 바탕으로 고연봉 업종 종사 등 다양한 목적을 통해 정착한다”고 진단했다.

민 교수는 “게다가 2~3세 등으로 세대 교체까지 이루어지면서 언어나 문화적으로 더는 제약을 받지 않는다. 한인 등 ‘아시아계 미국인’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아시아계는 더 이상 자신을 외국인으로 여기지 않는다. ‘아시안-아메리칸’이라는 자의식과 정체성을 갖는 이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한인 사회만 봐도 ‘코리안-아메리칸’의 정체성을 통해 ‘이중 문화주의(biculturalism)’이 현상은 명확하게 나타난다.

센서스국 통계에서 한인 인구 구성을 분석해본 결과, 전체 한인 중 미국 태생(약 22%)과 한인 혼혈(약 21%)을 합한 비율은 한국 태생(약 56%)에 육박한다. 한인 혼혈의 경우 2015년과 비교하면 무려 21% 증가했다. 그만큼 이중 문화의 융합이 가속화되는 추세다.

미주성시화운동본부 최문환 이사장의 설명은 상징적이다.

최 이사장은 “내 경우만 봐도 증손자까지 있는데 아이들이 다 영어를 사용하고 며느리도 한인이 아니다. 이들은 이민 1세대와는 다르다. 자신을 ‘이민자’가 아닌 미국에서 나고 자라났기 때문에 이 사회의 일원으로 여긴다. 아시안을 이방인처럼 여기는 시각에 적극적으로 반발의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말했다.

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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